경쟁력 있는 공기업 + 華商 네트워크, 싱가포르 경제 `쌍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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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기준으로 싱가포르 최대 기업은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다. DBS는 아시아 지역에서 공격적으로 사무소를 개설하고 지분 투자, 현지 주요 금융회사 인수에 나서면서 자산 기준으로 아세안 최대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17개국에 진출해 약 2만2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DBS는 대만 보와은행(2008년)과 인도네시아 다나몬은행(2012년) 등을 인수했다.

DBS에 이어 싱가포르 대표 기업은 싱가포르화교은행(OCBC), 통신회사 싱텔, 유나이티드오버시스뱅크(UOB), 윌마 인터내셔널, 케펠, 싱가포르항공, 캐피털랜드 등이다. 이들 싱가포르 대표 기업은 뚜렷한 특징이 있다. 공기업·정부 연계 기업이거나 화상(華商·중국계 기업)이라는 점이다. 싱가포르 3대 은행으로 꼽히는 DBS, OCBC, UOB 중 DBS는 국유, 나머지는 화교 은행이다. 화상인 윌마 인터내셔널은 팜오일 플랜테이션 주력 기업이다. 2005년 이후 고도성장세를 지속하던 중국 자원 수요가 급증할 때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은 기업이다. 싱텔, 인프라스트럭처 업체 케펠, 싱가포르항공, 부동산회사 캐피털랜드 등은 정부가 최대주주다.

이처럼 싱가포르 경제발전과 직결돼 있는 싱가포르 대표 기업의 공통된 키워드는 공기업·정부 연계 기업 그리고 화상 네트워크다. 싱가포르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바로 이 두 축을 기반으로 오늘날 싱가포르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3월 타계한 리콴유 전 총리는 영국이 말레이반도를 통치하던 1923년 화교 이민자 집에서 태어났다. 1965년 말레이시아연방에서 독립해 초대 싱가포르 총리로 취임했을 때만 하더라도 싱가포르는 가난한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가난한 어촌 마을을 가장 잘사는 국가로 만들기 위해 그는 1990년 퇴임할 때까지 26년간 총리로 재직하면서 국가 주도형 경제발전을 이끌었다. 규모도 작고 자원도 부족한 도시국가였기 때문에 자원배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 자금을 공기업 또는 정부 연계 기업에 집중시켰다. 공기업이나 정부 연계 기업들이 경제발전 선봉에 서고, 그들의 성과가 다시 이들을 관리하는 지주회사에 연결되는 게 싱가포르 발전 모델 핵심이었다. 바로 이 같은 구조의 정점에 있는 것이 테마섹이다.

1974년 설립된 테마섹은 싱가포르 정부(재무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지주회사로 항공 전력 통신 금융 등 주요 공기업과 정부 연계 기업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정식 이름도 `테마섹 홀딩스`다. 싱가포르 대표 기업 DBS, 싱텔, 싱가포르항공, 캐피털랜드 등의 최대주주가 바로 테마섹이다. 테마섹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공기업·정부 연계 기업들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공기업이지만 방만 경영을 찾아보기 힘들다. 싱가포르항공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세계 베스트 항공사 부문에서 20년 연속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싱가포르 공기업 경쟁력은 매우 높다. 1985년 이후 민간기업 육성을 위해 민영화가 추진됐지만 여전히 싱가포르 경제에서 공기업은 각 산업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 신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화상 네트워크다. 화교 출신인 리콴유 전 총리는 세계 화상들의 네트워크 강화와 경제적 이익 증진을 위해 세계 최대 규모 화교 경제인 대회인 세계화상대회(世界華商大會)를 주창해 발족시킬 정도로 싱가포르 경제발전을 위해 화상을 끌어들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세계화상대회는 1991년 싱가포르에서 첫 대회를 개최한 뒤 2년에 한 번씩 세계 각지를 돌면서 열리고 있다. 리콴유 전 총리가 유대인 네트워크에 버금가는 화교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인 결과 화상기업들은 해외 투자를 시작할 때 일반적으로 싱가포르 또는 홍콩을 해외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번순 고려대 교수는 "독립 이후 싱가포르는 기본적으로 개방경제를 내세워 외국 기업들을 적극 끌어들이면서 성장해 왔다"며 "제조업은 다국적기업이 70~80%를 차지하지만 GDP에서 가장 비중이 큰 금융·유통·부동산 등 서비스 분야는 공기업과 화상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싱가포르 금융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인도네시아 화상들이 싱가포르 은행에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예치했기 때문"이라며 "DBS, OCBC, UOB 등 싱가포르 대표 은행들이 아세안 시장에서 최대 강자로 부상한 것은 화교 자본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에서 화교는 전체 인구의 77%,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87%가량을 소유하고 있다.

서울보다 약간 큰 면적을 보유한 인구 546만명의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을 대표하는 선진국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6287달러(2014년 기준)인 역내 최대 부국(富國) 싱가포르의 성장동력은 바로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 규모가 전체 GDP의 70.4%를 차지한다. 도시국가로서 좁은 국토 면적과 적은 인구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시장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 성장한 게 싱가포르의 강점이다. 반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4%에 그치고 농수산업·광업 등 1차 산업 비중은 극히 낮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기업은 금융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종이다.



※ 출처 ※
장용승 아시아순회특파원 / 문재용 기자 , 경쟁력 있는 공기업 + 華商 네트워크, 싱가포르 경제 `쌍끌이`,  매경·MBN 공동기획, 201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