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차이나Go] 중국의 화교와 경제적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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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G2로 떠오르면서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현지 중국인 소위 화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화교는 약 6,000만으로 추정돼서, 인구수로 세계 25위 국가의 규모, 자산은 최소 2조 5천억 달러(2,880조원)에 달해 경제력으론 세계 8위 국가수준으로 거의 선진국반열이다.

특히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남아지역에 많이 살고 영향력도 크다고 한다. 얼마나 사고 있나.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화교인구의 72.3%, 즉 4,338만이나 살고 있다. 인구수로는 인도네시아가 1위로 812만, 그 다음으로 태국 751만, 말레이시아 678만, 상가포르 283만의 순이고, 인구비중으론 화교가 중심이 돼서 건국한 싱가포르가 53.3%로 단연 1위, 말레이시아가 23%로 꽤 높고,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인구가 많아서 화교비중은 3.3%와 11.1%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인구수도 인구수지만, 동남아 화교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하는 포인트는 그들의 경제력이다. 왜냐면 총인구에 대한 화교의 비중은 5% 내외로 높지 않지만, 각국에서의 경제적 영향력은 70~90%로 절대적이라는 게 시장 대다수 의견이기 때문이다.

물론 화교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자회사, 관계회사가 복잡하고, 비상장회사들이 많아서 그 경제력을 정확히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2016년 포브스지에 의하면, 동남아화교 32명이 세계부자 랭킹 1,000명 안에 들어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랭킹 1,000명에 들어가는 우리나라 부자 12명, 일본부자 15명과 비교하면 거의 2~3배다.

대표적 인물론 누가 있나. 화교 최고의 타이쿤이란 닉네임까지 얻었던 리카싱이 첫 번째로 손꼽힌다. 홍콩의 부동산재벌로 한때 중화권 최고부자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사림그룹회장 린샤오량도 전설적 인물이다. 농업, 금융업, 부동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 매출이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의 10%에 달한다. 말레이시아의 부자 1위로 호텔왕, 설탕왕으로 불리는 자리그룹의 궈허넨회장, 화교사회에서 자수성가의 대명사로 불리는 태국의 화빈그룹 옌빈회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럼 이렇게 다른 나라에 살면서도 화교들이 그 나라의 경제를 쥐고 흔들 수 있게 된 배경 내지 요인은 뭘까. 말레이시아 수상을 지냈으며, 의사기도 했던 마하티르는 멘델의 유전법칙을 인용, 중국인이 유전적으로 우수하단 얘기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한 그루 야자나무 밑에 세 명의 화교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어딜 가든 차이나타운을 만들어 서로 돕는 화교 특유의 ‘꽌시 네트워크’의 힘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중국과 화교사회에선 이를 보통 방(幇)이라고 하는데, 방은 크게 둘로 나뉜다.

첫째, 샹방(鄕幇)이다. 출신지에 따른 지연, 혈연적 집단으로 대체로 같은 지역출신이나 친족으로 풍습, 언어가 같다. 대표적인 샹방으론 말레이시아, 베트남에 많은 광뚱방(廣東幇),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심의 푸지엔방(福建幇), 태국에 많은 차오저우방(潮州幇)을 꼽는다. 둘째, 이에방(業幇). 동업자끼리 만든 직업적인 연대집단으로 사업을 서로 돕고 편의를 봐주는데, 일반적으로 동향출신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방을 지탱해주는 힘은 뭘까. 화교들은 끈끈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신뢰와 신용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신용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방 내부에서 일단 신용을 얻게 되면 방과 관련된 수많은 조직을 통해 무담보, 구두약속만으로 자금을 얻을 수도 있고, 사업상 필요한 거의 모든 지식, 정보, 인맥 등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그만큼 신용을 얻어 이너서클에 들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한다. 갑자기 어려운 환경 하에서 미팅에 참석하라고 하는 등 알게 모르게 테스트도 많다. 물론 방의 핵심멤버로부터 신용을 잃으면, 사업은 물론 네트워크에서 추방되어 사회적 지위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아무튼 이들 화교들의 경제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유대인을 연상시킨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커질수록 중국시장진출에 유리한 화교들의 입지나 경제력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시진핑주석의 ‘중국몽(中國夢) 기치를 계기로 ’중국 13개의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이미 약 3,500개의 화교기업이 약 3,000억 위안(54조원)을 투자, 진출하고 있다고 한다. 사드영향으로 중국진출에 애로가 많은 우리나라로서도 동남아의 화교자본을 활용해서 동남아진출뿐 아니라 간접적인 중국진출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출처 ※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회장 정유신, [정유신의 차이나Go] 중국의 화교와 경제적 영향력, 한국경제TV, 2017-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