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들 너도나도 中본토에 송금…시진핑 "중화부흥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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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화교자본이다 (中) / 중국 경제성장 이끈 화교자본 ◆

 

지난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인 `궈마오(國貿)`. 베이징에서 가장 높은 80층짜리 궈마오 3기 빌딩을 중심으로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다. 최고급 호텔과 식당, 명품 브랜드 매장이 몰려 있다 보니 분위기가 서구 대도시와 비슷하다. 중국 내 최대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 G브랜드 매장은 평일임에도 손님으로 북적거렸다. 궈마오는 이제 베이징의 발전을 상징하는 지역이 됐다.

그러나 궈마오가 화교 자본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1985년 중국 정부가 궈마오센터(국제무역센터)를 지을 때 투자금의 절반을 `로버트 궉`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화교 궈허녠 자리그룹 회장이 부담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 샹그릴라호텔도 보유하고 있는 이 말레이시아 재벌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궈마오`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 이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에 처음 물꼬를 터준 것도 화교자본이었다.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11기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선언했지만 문제는 자금이었다. `죽의 장막`을 치고 있던 중국으로 돈을 갖고 들어오겠다는 해외 투자자가 있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이때 중국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바로 `화교 투자자 제1호`로 통하는 셰궈민 태국 CP그룹 회장이었다. 양돈과 양계, 어류 양식, 사료 등 사업으로 태국 내 최대 기업을 일군 셰 회장이 1980년 1000만달러를 들여 광둥성 선전경제특구에 건립한 사료공장은 중국 내 최초의 화교자본 투자다.

 

셰 회장은 1989년 6ㆍ4 톈안먼 사태 무력 진압 이후 중국이 서방 기업들로부터 `왕따`를 당했을 때도 구원투수로 나섰다. 보란 듯이 10년간의 대중 투자 계획을 선포한 것. 그의 제스처는 서방 기업들이 서서히 중국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CP그룹의 현재 중국 내 법인 수는 200개를 넘어서고 총투자액은 100억달러에 육박한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 선포와 함께 법 규정에 화교 자본에 대한 투자자 보호 조항을 신설토록 했다. 또한 장관급 부처인 화교판공실을 만들고 화교 투자자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지시했다. 내국인이 공장을 지으려면 당국 인허가에 수백 가지 서류가 필요하던 때였다. 

 

현재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국가주석도 뿌리부터 친(親)화교 인사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1번지` 광둥성 책임자로 내려보낸 인사가 바로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 전 부총리였다. 시중쉰은 화교 자본을 유치해 선전경제특구를 성공시켰다.

시 주석 본인도 중국에서 화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푸젠성에서 18년간 근무한 끝에 성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시 주석이 푸젠성 푸칭시에 공단을 조성한다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온 인물이 바로 인도네시아 최대 화교 재벌인 린사오량 살림그룹 회장이었다.

물론 화교 기업이 다른 외국 기업에 비해 유리한 점도 적지 않았다. 중국 전문가인 박번순 홍익대 초빙교수는 "친ㆍ인척 등을 활용해 각 지방정부 관료들과 맺을 수 있었던 `관시(關係)`가 주효했다"며 "덕분에 각종 인허가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들어 비즈니스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화교 자본에 거는 기대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체 외국인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개혁개방 초기 70~80% 선에서 지금은 20~30% 미만으로 낮아졌지만 화교 자본은 여전히 대중 투자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도 화교 자본이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외주 생산업체로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 훙하이정밀의 중국 법인 폭스콘은 중국 내 30여 개 법인에서 120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7차 세계화교단체대회`에 참석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중국 내외에 있는 중화 자손의 공통된 꿈"이라며 화교를 힘껏 끌어안았다.

 

※ 출처 ※ 
정혁훈 기자, 화교들 너도나도 中본토에 송금…시진핑 "중화부흥의 동반자", 매일경제 MBN, 2014-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