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화상(華商)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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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90) 청쿵그룹 전 회장은 소유 자산이 360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 23번째 부자다. 공장 노동자로 시작해 홍콩 최대 그룹을 일궈낸 입지전적 화교(華僑)로 유명하다. 그런 까닭인지 검소하고 근면성실한 생활이 몸에 뱄다. 10년이 넘은 양복을 입고 3만 원짜리 시계를 차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5월 은퇴해 그룹고문으로 물러날 때는 연봉 5000위안(약 68만 원)만 받기로 해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그 외에도 ‘내로라’하는 화상(華商)이 수두룩하다. 2016년 ‘포브스’에 따르면 세계 부자 랭킹 1000위 안에 화교 32명이 들었다. 한국(12명) 일본(15명)보다 월등히 많다. 화상은 지구촌에 흩어져 있는 중국계 비즈니스맨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 수가 대략 6000만 명이고 총자산은 5조 달러로 추산된다. 이들은 이미 아시아와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슈퍼파워로 떠올랐다. 청쿵그룹만 해도 세계 50여 국가·지역에 진출해 32만여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동남아에서는 화교 자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인도네시아 경제력의 70% 이상을 화상이 장악하고 있을 정도다. 말레이시아 부자 1위로 호텔·설탕왕인 궈허넨 자리그룹 회장도 대표적이다. 또 중국에서는 벌써 13개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3500여 화교기업이 3000억 위안(54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화상 주요 인사들이 내일 부산에 모여든다. 사흘간 열리는 세계화상대회 회장단 회의와 화상경제포럼 등에 화교 기업인 100여 명이 참가한다. 차기 화상대회 개최지 선정 회의, 우리 기업체와의 비즈니스 미팅, 한국 투자 세미나 등이 펼쳐지는 무대다. 2023년 세계화상대회 유치를 노리는 부산으로서는 화상과의 교류, 투자유치 홍보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앞서 세계한상(韓商)대회를 부산에서 세 차례나 개최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만하다.

 

국제 금융계에서 화상은 ‘세계 3위의 경제세력’ ‘제4의 제국’이라 불린다. 이렇게 성장한 원동력은 근면·검소함 외에도 화교 네트워크가 꼽힌다. 혈연·민족에 바탕을 둔 강한 결속력과 치밀한 조직력이 그들의 힘을 키웠다는 얘기다. 세계화상대회는 그런 네트워크의 중추인 셈이다. 사실 이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게 세계한상대회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세계 코리안 네트워크’가 더욱 강화되는 게 바람직하다.

 

※ 출처 ※ 
구시영 논설위원,[도청도설] 화상(華商) 파워, 국제신문, 2018-10-02